확실하게, 이 세계로 발을 딛는다.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곧바로 달려오는 듯한 여러 발소리가 울려퍼져 오고, 이윽고 경비원들이 대기실로 달려들어왔다. 학원도시를 싫어하는 것 치곤, 하는 행동은 그렇게 변한 게 없다. 의복 여기저기가 젖어 있거나, 어깨에 눈이 쌓여 있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돔 내의 경비원은 아닌듯 보였다. 아마도 눈보라 속을 뚫고 여기로 들어온 자들일 것이다.몇 구의 시체가 놓여 있고, 수많은 피가 바닥에 흩뿌려져 있다면 누구도 접근해 오지 않을 것이다. 그 곳은 위험하다는 걸 알고, 그 곳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최신 장비만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면?그 짧은 대답에, 쿠모카와 마리아는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그 인물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마치 쌀포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걸쳐메어져 있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오히려 전혀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그리운 냄새, 이 그리은 감촉. 하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자고 있는 사람과 죽어있는 사람의 차이 같은, 무언가가.로쿠도의 귀(그가 인식하기에)에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래서야 오히려 역효과라구요.어떤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저 여기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비극을 피해 누군가를 구해 내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자.키하라 카군은 어디까지나 조용히 말을 꺼낸다.반 학원도시 사이언스 가디언도 학원도시에게서 대여한 병기를 쓴다고 하지 않았었나?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생명을 지탱하는 검붉은 액체가 간단히 흘러나온다.승자보다 먼저 자기 몸을 걱정하는 게 좋을걸? 이제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런 거 말야.사프리 오픈데이즈는 격투대회 내추럴 셀렉터의 참가자다. 연령은 20살 전후.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새하얀 피부가 특징적이고, 몸매도 나쁘지 않다. 어떤 잡지의 모델이라도 한다고 하면 믿을 정도이긴 하지만, 그녀의 본질은 주먹과 주먹을 맞부닥치는 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마리안 슬링게

너무도 파괴력이 강하기 때문에, 마리안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순수한 공포. 겨우 몇cm 정도를 뽑은 것만으로도 적의 심장이 멈추는 그 마검은, 완전히 뽑는다면 마리아 자신도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그 충돌.오우미 슈리는 딱히 표정을 바꾸지 않고 이어 말했다.Period.07그리고, 결투용 검 피팅을 구현해 낸 마술사는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툭하니 내뱉었다.백점 만점.대체 뭘 세고 있는 건지, 10개의 손가락을 몇번이고 접었다 펴며, 키하라 엔슈가 중얼거린다. 그녀의 옷은 쓰레기에서 나온 더러운 물이나 피로 완전히 더럽혀져 있었다.기다란 코트.그리고.무표정함을 지키고 있던 키하라 카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내가 찾고 있던 선생님은, 이미 예전부터 사라져 버렸을지도 몰라. 애초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상과는 달랐던 걸지도 몰라그렇다곤 해도,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이뤄 온 목적의 오류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적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안 슬링게나이어같은 성격파탄자에 대한 지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걸 미루어보건대, 아직 키하라 카군의 전 직업의식은 살아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로쿠도 류이치가 사력을 다한 결과, 그녀에게 도달한 건 이것 뿐이었다.마리안 슬링게나이어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죽은 자에겐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죽은 자신의 동료를 위해 검집에 들어가 있는 칼을 내뻗는다.키하라 카군? 학원도시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곳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뭐라고?뭐, 투척용 망치(묘르니)하고 같이 악연이 있는 녀석이야. 그 녀석이 안 익힌 조개를 못 먹는 것도 알고 있지.키하라 란스의 말이 옳다면, 웨이슬란드 스트라이니코프는 대체 언제부터 환각을 보고 있었다는 것일까. 사프리 오픈데이즈와 대립했던 건? 우트가르드 로키와 대화를 나눈 건? 또한, 서로에게 간섭하는 환각이라면, 그 자체도 체험 안에 실제로 남아있던 정보였던 것인가.하지만, 그 직